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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_literature7

만두 만두심현구영롱한 빗방울이 공기를 쫓아내세상이 만두가게가 되어버렸어도메마른 동태눈깔에서는희미한 빛방울 하나 찾기 힘들다 너와 먹었던 만두가 귀에 입김을 불어도바닥에 찰박거리는 간장종지가 발걸음을 방해해도그저 우산을 높게 할 뿐다른 건 없다 높게 든 우산을 바라보며 욕을 한다이놈의 거 때문에 눈이 말랐나청승맞은 목욕을 한다다른 건 없다 여전한 만두가게와 여전히 마른 눈우산만이 나 대신 눈물 흘려준다 20220606 2025. 3. 31.
마지막 통화 마지막 통화심현구정전기가 묻어나오는 아픈 목소리로너는 나를 내친다따끔한 충격이 전선을 끊었다가 잇는다너는 대답이 없다 너는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도 않으면서네 얼굴 보기 싫다는 말로내 귀를 물 속에 가둔다먹먹해진 귀를 주무르며 되물어도이젠 잘 들리지도 않는 아픈 목소리 전화선을 타고 온 전류가약속을 깨고 나를 공격할 때댐은 무너져버린다처음의 그 분명했던 짜릿함은 어디가고사나운 우레만 남아눈과 귀를 벌한다 삐-소리가 멈출 땐어릴 적 그토록 두려웠던 음성사서함은 이미 잊혀졌고여느 때처럼 흐르는 안내음성은너의 마지막 목소리로 둔갑하여수신자 없는 울음소리만 남기려나 20220606 2025. 3. 31.
회전목마 회전목마심현구 열심히 달려봤자조금 뒤면 원래의 자리로 같은 길만 맴도는 날파놉티콘 간수들이 비웃는다 너도 그렇지너도 그렇지 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달리다꿈에서 깬다왜 다시 처음으로 데려왔냐며말 못하는 말만 탓하는현대판 참마대성 20220430 2025. 3. 31.
미래가 담긴 커피잔 미래가 담긴 커피잔심현구 미래가 담긴 커피잔을 받았다완벽한 용도를 찾으려고냄새만 맡으며 궁상이다 가득 찬 미래를 어떻게 하면가장 의미있게 쓸 수 있을까 한참동안 생각하느라반절이 증발해버린 미래미래에 비친 내 모습이많이 작아졌다 삼십년 묵은 와인처럼 숙성된 생각깊이를 보면 코웃음만 난다 쏟아버렸다 나름대로 번져가는 미래를 바라보며소중한 것들을 머리로 마신다힘찬 발돋움이 아니라도 괜찮아흘러가는대로 미래를 두어도 괜찮아그저 나아갈 뿐  20250326 2025. 3. 26.
검은 사막 검은 사막심현구 차갑고 검은 불모의 땅울퉁불퉁 어둠 속발에 차이는 주인 없는 돌멩이들 간절히 바라던 태양의 선물오아시스는 신기루였다 이제는 붉게 이글거려 불모의 땅여전히 검은 사막에 갇혀내가 바란 건 이런 빛이었나극단에 서 투덜댈 줄 밖에 모르는혼자만의 시소 초점 잃은 다리로 걸어가는 눈동자아스팔트길 그 사이 핀 초록 민들레놀란 가슴도 잠시너를 보고 쉬는 한숨은나에게로 향하는구나 20220509 2025. 3. 17.
틈       심현구 틈 속을 들여다보면어둠이 내는 기운이 보인다선뜻 손 내밀기 두려운 내음 그러나틈에게는 우리도 틈이다내가 다가가기 어려운 만큼틈도 부려내는 반작용 무서워 지나칠까 하던 틈에서작은 게가 걸어나온다 뭐야, 별 거 아니었네!  20220529 2025.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