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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통화
심현구
정전기가 묻어나오는 아픈 목소리로
너는 나를 내친다
따끔한 충격이 전선을 끊었다가 잇는다
너는 대답이 없다
너는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네 얼굴 보기 싫다는 말로
내 귀를 물 속에 가둔다
먹먹해진 귀를 주무르며 되물어도
이젠 잘 들리지도 않는 아픈 목소리
전화선을 타고 온 전류가
약속을 깨고 나를 공격할 때
댐은 무너져버린다
처음의 그 분명했던 짜릿함은 어디가고
사나운 우레만 남아
눈과 귀를 벌한다
삐-소리가 멈출 땐
어릴 적 그토록 두려웠던 음성사서함은 이미 잊혀졌고
여느 때처럼 흐르는 안내음성은
너의 마지막 목소리로 둔갑하여
수신자 없는 울음소리만 남기려나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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