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내가 나중에 대학원 간다고 하면 싸대기 때려라"

호탕했던 과거의 내가 세운 사망플래그로 인해 이제 친구들과의 약속을 피하게 되었다^^
그깟 뺨 한 번 내어 주는 게 대수냐 싶지만서도, 더 이상의 진학은 없음을 확고히 했던 지난 날의 나를 부정하는 것 같아 혼란스러운 탓이 크다.
그래도 며칠 전 고등학교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 발견했듯이, 과거에 대한 부정이 아닌 "변화"임을 인지하고,
석사 과정 입학에 따라 진학 결정 과정 및 합격 후기부터 대학원 생활의 이모저모를 남겨두려고 한다.
필자는 이런 후기글의 경우 구구절절 일기를 쓰는 스타일이라 나의 필력이 대중에게 먹힐 것이라 생각하고 일장연설을 할 것이다.
각오하시길!
[주저리주저리는 됐고 찐 면접 후기만 궁금하시다면 3. 두 번째 입시 : 대면면접으로 가세요✈️]
성균관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융합학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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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원동기 : 졸업 그리고 입사
2024년 겨울, 학위복을 입고 학사모를 던지며 다시는 같은 신분으로 발을 들이지 않을 학교에 오만방자한 작별인사를 했다.
운 좋게 졸업과 동시에 인턴을 하고, 원하던 업계인 보험사에 원하던 직무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원 진학을 이미 결정한 동기, 후배들을 보며, 연속적인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나는 현업에 뛰어들었다.
"나중에 필요하면 생각해보지 뭐"
입사 후 첫 번째로 수행하게 된 과제는, "나중에"라는 꽤 먼 미래 시제를 눈앞의 현재로 만들어주는 마법과 같은 프로젝트였다.
실시간 API 호출로 대고객 서비스에 들어갈 모델을 만들어야 했는데, 모델을 학습 및 운영할 새로운 인프라 또한 구축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역할은 회사에 쌓여있는 데이터를 받아서, 예측결과가 필요한 부서에 건네주고 약간의 해석을 가미해 현업과 의사결정자 사이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상의 업무에서는 과제 기획, 데이터 추출, 관리, 학습, 운영까지 데이터와 머신러닝 모델의 전체 생애주기를 고려해야 했다.
회사에서는 이에 따라 MLops를 도입하게 되었는데, 내가 만든 모델이 MLops 상에 올라가는 첫 서비스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도입 프로젝트에 나도 동참하게 되었다.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모델을 빌딩하며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고, 신청하고, 회의하는데...
OS와 네트워크부터 package dependecy, DB, ML, DL, GenAI, 그리고 정보보호까지 IT 전반에 걸쳐 디지털 부서 직원들과 소통하며 절망에 빠졌다.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머신러닝만 따로 공부했던 나로서는 디지털산업 전반에 대한 백그라운드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솦트/CS 복전했죠~😂" << 실제로 매주 징징거릴 때 쓰던 멘트
내가 만든 모델이 서비스될 IT 환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느낀 나는, 여기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자연스러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chatGPT 괴롭히기나, 똑똑한 젊은이들이 올려놓은 온라인 강의 등 다양한 학습 방법이 나와 있는 좋은 세상이다.
그 중 문득 스친 생각은, "어차피 공부를 할 거면 학위가 나오면서 공부하는 게 좋지 않나?" 였다.
그리고 한국인의 펄펄 끓는 냄비근성 기반 서칭으로 우리학교 대학원 과정에 나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은 강의들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과 석사과정을 병행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풀타임 연구자만큼 부담스럽지 않으며, 데이터와 관련된 넓은 영역을 커버하며, 회사와 가깝고, 이미 졸업해 물리적, 행정적, 심리적으로 익숙한 성균관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융합학과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여러 학교를 알아보았지만 위에 명시한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특히 직장&집과의 거리가 중요했음), 그리고 파트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대학원 학위가 나온다는 사실에 그냥 자연스레 지원까지 이어졌다.
+@ 회사선배 / 학교선배들께 조언을 구하는 족족 "아직 젊으니 책임질 가정 없고, 공부 놓은지 얼마 안 됐을 때 하셔요~" 라고 말씀하셔서 무언의 압박을 받은 영향이 있는 것도 같다...^^
2. 두 번째 입시 : 서류 전형
자교 대학원으로 진학하는데 입시를 또 치르는 사람이 있다?!
성균관대학교 통계학과를 이미 졸업했기 때문에, 자교로 진학하든 타교로 진학하든 동일하게 입시를 거쳐야 했다.
하하 또 자소서라니~ 또 면접이라니~
취업 때문에 지겹도록 작성했던 자소서를 대충 우려먹고자 하는 원대한 꿈은 1번 문항인 "자신의 학문적 지향"에서부터 무너졌다.
한 분야에 몰두해서 연구하는 게 성향에 맞고~ 이런 나답지 않은 말들을 써내려 가다가 멈추었다.

싹 지우고 담백하게 회사에서 느꼈던 점들을 적었다.
1. 블랙박스 모델 해석
2. 정보보안 및 IT 지식 확장
3. 업계 솔루션 활용성 제고 (MLops 등)
실무적인 고충들이지만 이론적 베이스가 갖추어 진다면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에, 학문적 지향과 연결시킬 수 있었다.
반드시 학문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개인이 실무적으로 가지는 니즈와 연관지어도 괜찮은 듯 싶다. (사실 일반대학원 공통원서 양식을 따르기 때문에 직장인 대학원임에도 학문적 지향이나 연구계획에 대한 항목이 형식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기ㅋㅋ)
3번 문항인 "연구계획"도 나를 괴롭게 했다.
ㅎㅎ 심오한 연구를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어쨌든 서류평가가 1차 관문이었기 때문에 통계분석학회 활동 때부터 인턴, 그리고 지금도 나를 계속 괴롭혀오고 있는 클래스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설명력이 보장되면서도 금융권의 폐쇄망 환경에서도 dependency 이슈가 적은... 아무튼 이상적인 ML 알고리즘을 연구하고자 한다는 아이같은 꿈을 적었다. 이 길고 긴 연구계획 항목을 짧은 면접시간에 읽고 질문하실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기타에는 딱히 가이드라인이 없길래, 학문과 현실의 접점을 찾아 스스로 발전하고 사회에 발전방향을 제시한 과정과 결과와 이를 통해 배운 점을 기재했다. 취업 지원서에 썼던 것들을 많이 참고해서 프로젝트와 공모전 경험, 성과를 중심으로 작성했음.
초안 일주일, 수정본 3일 정도 작성 후 고3 때 아이디가 남아있던 진학사어플라이에 비밀번호찾기(ㅠㅠ)를 통해 접속해서 원서를 작성했다.
이 원서를 출력해서 등기우편 또는 방문 제출하도록 안내받았다.
어엿한 어른 개복치인 나는 국가 서비스인 우체국의 등기우편조차 믿지 못하기 때문에 반차를 쓰고 수원캠에 있는 과사무실까지 가서 내 손으로 직접 제출했다. 맘 같아서는 제출하는 영상도 찍어서 증거자료로 남겨두고 싶었음...
3. 두 번째 입시 : 대면 면접
서류 제출 마감일로부터 2주 후에 서류 합격자 발표와 면접 시간 안내를 받았다.
사실 학부전공 연관성이 떨어지는 타과 지원자가 많다고 들어서 서류합격이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연구계획서'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음이 너무 티 났을까 조심스레 결과를 확인했다.
\^0^/ 퇴근 후 저녁밥을 먹으며 서류합격을 확인했다~ 그리고 면접 장소와 일정을 확인하는데... 일주일 후 토요일 오전 수원캠이었다.
면접 후기와 복기 글들이 여기저기 올라와 있다는 사실은 지원 전부터 알아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실제로 면접 준비를 위해 상세히 찾아보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조합해 미적분/선형대수/ML이론/자료구조의 네가지 파트로 나누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전공지식... 지식이라고 하기에도 창피하다. 전공"아그거들어봤어요"를 긁어모아(+전공 서적과 교안에서 키워드를 싹 긁어와) 나의 사랑 chatGPT에게 "이 개념들을 면접용으로 말할 수 있도록 1~2문장으로 설명해줘."라고 지시한 후 정제,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서 면접 준비 시트를 완성했다.
완성한 시트를 출력해 출퇴근 길에 달달달 외우면서 다녔다.(면접까지 일주일도 안 남았었기에 할 수 있었음)
쓰다 보니 무슨 요리 레시피 같네요. 면접볶음밥 완성~!😋
( 제가 면접준비했던 자료는 댓글로 요청하시면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 )
대망의 면접날, 수업은 서울캠(= 명륜캠 = 인사캠)에서 진행하지만 대외적으로 수원캠(= 율전캠 = 자과캠) 소속 대학원이었기 때문에, 방문 횟수가 한 손에 꼽는 율전캠으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착용 횟수가 한 손에 꼽는 면접용 정장을 입고...
떨어지면 내년에는 연대 AI학과랑 같이 재지원하지 뭐~ 하는 마음이라 부담이 크게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쌀쌀해진(드디어... 2024년은 9월까지 더웠어서 바나나 될 뻔 함) 날씨 탓인지 아침부터 긴장성 화장실 증후군에 시달렸다.
면접 대기장에 한 30~40분 전에 도착해서, 일주일동안 들고 다니느라 꼬질꼬질해진 시트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3인 1조가 되어, 면접관 두 분(교수님+조교님)이 계신 옆 강의실로 들어갔다.
우선 돌아가면서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음. 지금 하고 있는 직무와 학부 전공을 설명했다(그 동안 면접관님은 자소서를 읽으셨음).
첫 질문은 지원동기였다.
자소서에 작성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의 업무적 바운더리를 넓히고 IT 생태계에 적응하고자 지원했다고 간단히 설명드렸다.
두 번째 질문은 예상을 못 했다.
인터넷에서 딱히 연구계획에 대해서 물어봤다는 글은 못 봐서 준비를 안 하고 이상향만 써놨는데, 거기서 물어보실 줄이야...!
클래스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예측 모델을 어떻게 잘 학습할 수 있을지 말해달라고 하셨다.
다행히 취준 당시 입사 면접을 준비하며 주구장창 했던 부분이고, 실제로 플젝이나 공모전에서도 클래스불균형 데이터는 흔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경험을 토대로 아래와 같이 답했다.
1. 우선 학습데이터 중 적은 클래스를 최대한 더 확보하려는 노력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3개월 내 암 발병여부"가 예측 대상인 경우, 암 발병 환자 데이터를 더 확보하거나,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 등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
2. 1이 어려운 경우, 학습 과정에서 적은 클래스 예측에 실패한 경우 더 큰 가중치로 다음 학습을 진행하는 알고리즘을 차용한다.
3. 분류모델의 마지막 단계에서 0~1로 예측값을 뿌릴 때, 적은 클래스를 더 관대하게 예측하도록 threshold를 조정한다.
이 정도로 답변을 드렸던 것 같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나왔던 전공 관련 질문들을 적어보자면,
1. multiclass classification에 대해서 설명하고 평가지표는 binary classifier와 어떻게 다른지
2. 선형대수에서 rank의 개념
3. 베이즈정리가 무엇인지
1번은 내가 질문 받았으면 "오~ 망했는데~"하고 그냥 binary classifier에 대해서 설명드리고 이를 확장한 버전이며, 혼동행렬이 다차원인 구조가 될 것 같다고 답변했을 것 같다. 어쨌든 최대한 아는 것과 엮으려고 했을 듯.
2, 3은 긁어모아 달달 외웠던 암기시트에 있었기 때문에 (+ 인터넷에 떠도는 기출문제들이었기 때문에) 예상 범위 내였다.
학술 관련 질문은 이 정도였고, 나머지는 학교와 회사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회사 퇴근시간은 자유롭고 야근은 없는지 등 현실적으로 대학원에 다닐 수 있는 상황인지를 여쭤보셨다.
2025년도부터는 주말수업이 없어지고 평일수업만 있는데 여건이 괜찮냐고 한명 한명 집어서 물어보셨다.
가장 중요한 질문처럼 느껴졌음.
그래서 각오하고 있었는데 막상 입학해보니 2026년도부터 평일수업으로 변경됐다고 한다ㅋㅋ 이렇게 1년만 더 미뤄지면 졸업인데!🙏🏻
4. 두 번째 입학
대면면접 후 딱 2주 후에 합격자 발표 소식이 들려 왔다.

"We ~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성균관대 합격자 조회 시 축하화면과 함께 나오는 Queen의 노래.
근데 나는 학부입학 석사입학 다 무음 상태로 조회해서 두 번의 기회 동안 한 번도 못 들었음ㅋㅋ
애교심이 다시 생길 법도 한데 스무살 때만큼은 아니더라ㅋㅋ 대신 합격의 기쁨과 함께 고난길의 시작이 보여 약간 씁쓸했다.
누가 월 500 쯤 주고 하고 싶은 공부나 평생 하라고 하면 그 분께 매일 108배도 할 텐데.
비싼 등록금을 뽕 뽑기 위해서, 석사 진학을 응원해주시고 대견하다고 해주신 회사 구성원들 뵙기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 나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 개인적인 지적 허영심을 위해서...... 새로운 사회적 신분에 진심을 다해 임해야 할 이유는 갖가지다.
졸업한 지 1년만에 다시 학생이 되다니 실감은 안 난다.
근데 오늘 회사에서 다음주에 있을 AWS 워크샵 신청하면서 직종에 딱히 내가 고를만한 게 없길래(차마 개발자나 AI전문가에 체크할 순 없었음) "학생"을 선택했다 회사이름도 기입했으면서ㅋㅋㅋㅋ
아무튼 추운 겨울도 다 갔고(그러나 지옥의 여름 시작... 4월부터 여름이라는 뉴스 보고 주변의 모두가 아우성임),
회사에서도 나름 적응했으니, 새로운 도전에 몸과 마음을 맡겨 2년 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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